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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위기와 퇴행

현대 사회의 퇴행은 현실을 해석하던 틀이 더 이상 안정감을 제공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노력과 보상, 성장과 안정, 진보와 행복을 연결하던 설명이 경험과 어긋날수록 개인은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더 정교한 설명보다, 자신과 세계를 다시 일관된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이미지다.

라캉의 상상계는 이미지와의 동일시를 통해 자아가 구성되는 차원이다. 거울단계의 아이는 자신의 몸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면서도 거울 속 통일된 형상을 자신으로 받아들인다. 실제 경험의 불안정함에 앞서 이미지가 완결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상징계의 언어와 규범은 그 이미지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를 조직한다.

이 관점을 사회적 퇴행에 적용하면, 문제는 상상적 동일시가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설명으로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기 어려워질수록, 개인은 모순을 해석하는 대신 자신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형상에 의존하려 할 수 있다. 퇴행은 그러한 형상을 통해 판단의 부담을 줄이고 익숙한 자리를 확보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귀여움의 소비에서는 보호받는 존재의 이미지가 그 자리를 제공한다. 치이카와의 세계에는 노동과 시험, 실패와 생존의 위협이 존재한다. 작품 속 불안정한 노동과 반복되는 평가가 작고 무력한 존재의 경험으로 재구성된다.1 여기에 자신을 겹쳐놓으면 실패와 무력함은 ‘능력 없는 성인’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돌봄이 필요한 작은 존재’의 속성이 된다. 유아퇴행의 매력은 책임을 감당하는 자신의 모습 대신, 무력한 채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현실에서의 위치가 바뀌지 않아도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바뀔 수 있다.

복고는 자신뿐 아니라 세계에도 완결된 이미지를 부여한다. 일본에서 2026년 공개된 Z세대 조사에서는 다마고치와 과거의 패션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도 그 문화에 그리움을 느끼는 현상이 다뤄졌다.2 이때 그리움의 대상은 기억 속 과거보다, 현재의 불안이 제거된 과거의 형상에 가깝다. 당시의 갈등과 혼란은 지워지고 음악과 옷, 사물은 하나의 일관된 분위기로 남는다. 상상적 완결성이 개인의 자아를 넘어 시대 전체에 부여되는 것이다. 현재는 이해할 수 없지만 과거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시간적 퇴행은 그 이미지에 기대어 현재의 복잡함을 질서의 훼손으로 해석한다.

종교적 권위에서는 이러한 안정의 요구가 의미를 보증하는 존재를 향한다. 프랑스 가톨릭교회가 발표한 2026년 부활절 성인 세례 예정자는 13,234명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고, 18~25세가 가장 큰 연령 집단이었다.3 이러한 관심을 해석의 위기와 연결해 읽을 때 주목할 것은, 혼란 속에서도 의미와 질서는 존재한다는 확신이다. 종교적 권위에 대한 의존은, 자신의 이해가 실패해도 의미를 보증할 자리는 남아 있으리라는 기대이다. 자신은 알지 못해도 누군가는 알고 있으며, 자신에게 모순으로 보이는 일도 더 큰 질서 안에서는 설명될 것이라는 기대다. 판단을 그 권위에 맡기는 퇴행은 해석의 실패를 체계의 결함이 아니라 개인의 한계로 돌린다.

  1. 이한울·홍상화(2026), 애니메이션 『치이카와』의 현실 반영적 세계관과 청년층의 정서적 공감 가능성 연구, 상품문화디자인학연구 86, 409–420. ↩

  2. Z-SOZOKEN, Z세대의 데코 문화 조사. ↩

  3. 프랑스 가톨릭교회, Enquête du catéchuménat 2026. ↩